
유행이 돌고 돈다는 말은 이젠 제법 익숙한 말이다. 다만 그 유행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시초가 있어야 한다. 정확히는 그 흐름의 시작점이 있어야 한다. 그 시작점을 뜯어보면 당시 환경이 눈에 들어오고, 왜 그 유행이 시작되었는지 이유가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그 시대의 전체적인 환경과 사건을 배우는 것처럼,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시대 별로 하나의 흐름이 있고, 우리는 그것의 흔적을 보며 오늘을 살아간다. 무수히 많은 흐름 속에서 오늘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려고 한다. 당시 유행했던 디자인과 인테리어 양식, 바로 산업디자인의 시조 '아르데코' 이다.
아르데코의 시작, 단순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탈피

ⓒ MutualArt
1925년, 문화와 예술의 중심으로 감히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서있던 파리에서 최초로 인테리어 박람회가 열린다. 장식미술 및 산업미술 국제 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 et Industrels Modernes). 이미 조금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이 전시회의 명칭에서 art deco라는 이름이 탄생한다.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인테리어 장식과 가구 관련 전문 박람회에서 말이다.
이 박람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이전까지는 가구 박람회가 열려도 가구의 기능과 미니멀한 느낌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가구를 좀 더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디자인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한다. 문양과 색감, 질감 등이 결합하면 같은 가구라도 한 층 더 풍부해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목이라도 좀 더 이국적인 스타일의 조합, 과감하고 강렬한 장식 요소들, 고급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하는 등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올만한 요소들로 어우러진 가구들이 자리했다.

ⓒ Free3D, 아르데코 테이블 모델
그렇다고 우아하고 화려한 느낌만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모던한 가구 디자인이 쏟아져나오면서 스틸, 유리 등 소재도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귀한 소재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라는 시기적인 특징으로 모던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러한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된 가구들이 많이 등장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세련됨을 가미하다.
아르데코 가구의 특징은 소재와 기법에서 돋보인다. 대체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들며, 동양적 느낌도 가미된다. 초기에는 이러한 느낌이 주된 디자인으로 나타나며, 후기에는 기능주의까지 더해져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 모습이 나타난다.

ⓒ metmuseum, 에밀-자크 룰만 '에타' 캐비닛
1920년대 초기에는 루이 16세 시대 자체의 순수한 형태와 세련됨이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황실의 느낌을 상상해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올 듯 하다. 그래서 고가의 수입 재료로 만들어진 이국적인 가구가 제작되었다. 다양한 수입 목재를 사용했으며, 그중에서도 희귀한 재료를 선호했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주로 목재의 바탕을 파내고 상아, 진주 등을 박아넣는 상감기법 또는 조각들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하여 붙이는 마케트리 기법으로 문양을 표현했다.

ⓒ ebay, Jules Leleu
동양적인 느낌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것은 물론 아니다. 직접 옻칠을 배우면서 독자적으로 칠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법은 아르데코 가구의 조형미에 우아함을 더했다. 더불어 투탕카멘 발굴로 인해 신(新)이집트풍이 유행을 이끌었다. 머릿속으로 이집트풍에 대해 잠깐만 생각해도 그 화려함이 가늠이 될 것이다. 색상부터 이미 다양하니 말이다. 가구에 금박, 은박을 활용함은 물론 황금, 청록, 오렌지색 등 화사한 색상이 가구에 입혀졌다.

ⓒ ART DECO STYLE
시간이 흘러 후기 양식에서는 곡선의 형태와 함께 금속, 대리석, 유리, 플라스틱 등 모던한 느낌을 주는 재질을 사용하여 색다른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 Stylepark
목재만을 사용하더라도 아르데코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띈다. 위 작품은 마시모 모로치(Massimo Morozzi)의 '브와 드 로즈(Bois de Rose)' 장식장 컬렉션 중 하나인 '랜덤(Random)'인데, 이름에서 가구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듯 하다. 장식장이라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으며, 목재의 결도 '랜덤'으로 배치했다. 더불어 문양의 흐름을 방해하는 손잡이 대신 피아노 페달로 문을 여는 발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 dezeen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욥(STUDIO JOB)은 2008년 '바바리아 마케트리 컬렉션(Bavaria Marquetry Collection)'에서 그간 내놓았던 파격적인 작품들과는 색다른 이미지로 그들의 색을 또 한번 표현하게 되었다.
이들은 17~18세기 무렵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 특유의 전원풍 핸드 페인팅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골 농장을 모티브로 재해석하여, 인도산 장미목과 17가지 색상으로 염색된 무늬목을 사용했다. 마케트리 기법으로 문양을 표현했으며, 표면 처리를 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레이터 컷팅 기술을 활용했다. 장식장 외에도 벤치, 테이블 ,거울, 스크린까지 구성되었고,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되어 인기를 끌었다.
절제된 화려함으로
새로운 미니멀리즘의 대명사가 되다.

ⓒ Forbes
화려한 디자인이 선뜻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산업 디자인의 시조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평면적 요소가 주된 것이었던 아르누보 양식과는 정반대로 모던한 재료까지 사용하면서 특별한 장식 없이도 깔끔하게 잘 디자인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보이는 가게들, 하나의 컨셉을 잡고 꾸며진 카페, 레스토랑, 극장과 같은 공간을 보면 차가운 직선이 매끄럽게 떨어지는 인테리어의 조화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잘 이어져왔다는 것이 드러나는 예시가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유행도 쉽게 타지 않는 회백색 벽과 철제 프레임, 직선적인 형태와 반복되는 패턴으로 '복잡함'을 기피한다. 이렇게 우리가 현대에 누리는 모든 조형의 아름다움은 아르데코가 시작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 MODSY
산업혁명 이후 문화적인 주류를 만들어가던 아르데코는 1980~1990년대 대중문화에서 모던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다시 등장했다. 가구 디자인만으로도 공간에 세련됨을 더해주는 이 양식은 어쩌면 바쁜 현대인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테리어에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다면, 호불호가 갈리기도 어려운 심플함과 새로운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아르데코' 디자인 가구로 나만의 공간에 멋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행이 돌고 돈다는 말은 이젠 제법 익숙한 말이다. 다만 그 유행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시초가 있어야 한다. 정확히는 그 흐름의 시작점이 있어야 한다. 그 시작점을 뜯어보면 당시 환경이 눈에 들어오고, 왜 그 유행이 시작되었는지 이유가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그 시대의 전체적인 환경과 사건을 배우는 것처럼,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시대 별로 하나의 흐름이 있고, 우리는 그것의 흔적을 보며 오늘을 살아간다. 무수히 많은 흐름 속에서 오늘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려고 한다. 당시 유행했던 디자인과 인테리어 양식, 바로 산업디자인의 시조 '아르데코' 이다.
아르데코의 시작, 단순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탈피
ⓒ MutualArt
1925년, 문화와 예술의 중심으로 감히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서있던 파리에서 최초로 인테리어 박람회가 열린다. 장식미술 및 산업미술 국제 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 et Industrels Modernes). 이미 조금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이 전시회의 명칭에서 art deco라는 이름이 탄생한다.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인테리어 장식과 가구 관련 전문 박람회에서 말이다.
이 박람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이전까지는 가구 박람회가 열려도 가구의 기능과 미니멀한 느낌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가구를 좀 더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디자인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한다. 문양과 색감, 질감 등이 결합하면 같은 가구라도 한 층 더 풍부해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목이라도 좀 더 이국적인 스타일의 조합, 과감하고 강렬한 장식 요소들, 고급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하는 등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올만한 요소들로 어우러진 가구들이 자리했다.
ⓒ Free3D, 아르데코 테이블 모델
그렇다고 우아하고 화려한 느낌만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모던한 가구 디자인이 쏟아져나오면서 스틸, 유리 등 소재도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귀한 소재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라는 시기적인 특징으로 모던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러한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된 가구들이 많이 등장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세련됨을 가미하다.
아르데코 가구의 특징은 소재와 기법에서 돋보인다. 대체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들며, 동양적 느낌도 가미된다. 초기에는 이러한 느낌이 주된 디자인으로 나타나며, 후기에는 기능주의까지 더해져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 모습이 나타난다.
ⓒ metmuseum, 에밀-자크 룰만 '에타' 캐비닛
1920년대 초기에는 루이 16세 시대 자체의 순수한 형태와 세련됨이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황실의 느낌을 상상해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올 듯 하다. 그래서 고가의 수입 재료로 만들어진 이국적인 가구가 제작되었다. 다양한 수입 목재를 사용했으며, 그중에서도 희귀한 재료를 선호했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주로 목재의 바탕을 파내고 상아, 진주 등을 박아넣는 상감기법 또는 조각들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하여 붙이는 마케트리 기법으로 문양을 표현했다.
ⓒ ebay, Jules Leleu
동양적인 느낌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것은 물론 아니다. 직접 옻칠을 배우면서 독자적으로 칠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법은 아르데코 가구의 조형미에 우아함을 더했다. 더불어 투탕카멘 발굴로 인해 신(新)이집트풍이 유행을 이끌었다. 머릿속으로 이집트풍에 대해 잠깐만 생각해도 그 화려함이 가늠이 될 것이다. 색상부터 이미 다양하니 말이다. 가구에 금박, 은박을 활용함은 물론 황금, 청록, 오렌지색 등 화사한 색상이 가구에 입혀졌다.
ⓒ ART DECO STYLE
시간이 흘러 후기 양식에서는 곡선의 형태와 함께 금속, 대리석, 유리, 플라스틱 등 모던한 느낌을 주는 재질을 사용하여 색다른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 Stylepark
목재만을 사용하더라도 아르데코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띈다. 위 작품은 마시모 모로치(Massimo Morozzi)의 '브와 드 로즈(Bois de Rose)' 장식장 컬렉션 중 하나인 '랜덤(Random)'인데, 이름에서 가구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듯 하다. 장식장이라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으며, 목재의 결도 '랜덤'으로 배치했다. 더불어 문양의 흐름을 방해하는 손잡이 대신 피아노 페달로 문을 여는 발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 dezeen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욥(STUDIO JOB)은 2008년 '바바리아 마케트리 컬렉션(Bavaria Marquetry Collection)'에서 그간 내놓았던 파격적인 작품들과는 색다른 이미지로 그들의 색을 또 한번 표현하게 되었다.
이들은 17~18세기 무렵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 특유의 전원풍 핸드 페인팅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골 농장을 모티브로 재해석하여, 인도산 장미목과 17가지 색상으로 염색된 무늬목을 사용했다. 마케트리 기법으로 문양을 표현했으며, 표면 처리를 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레이터 컷팅 기술을 활용했다. 장식장 외에도 벤치, 테이블 ,거울, 스크린까지 구성되었고,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되어 인기를 끌었다.
절제된 화려함으로
새로운 미니멀리즘의 대명사가 되다.
ⓒ Forbes
화려한 디자인이 선뜻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산업 디자인의 시조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평면적 요소가 주된 것이었던 아르누보 양식과는 정반대로 모던한 재료까지 사용하면서 특별한 장식 없이도 깔끔하게 잘 디자인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보이는 가게들, 하나의 컨셉을 잡고 꾸며진 카페, 레스토랑, 극장과 같은 공간을 보면 차가운 직선이 매끄럽게 떨어지는 인테리어의 조화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잘 이어져왔다는 것이 드러나는 예시가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유행도 쉽게 타지 않는 회백색 벽과 철제 프레임, 직선적인 형태와 반복되는 패턴으로 '복잡함'을 기피한다. 이렇게 우리가 현대에 누리는 모든 조형의 아름다움은 아르데코가 시작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 MODSY
산업혁명 이후 문화적인 주류를 만들어가던 아르데코는 1980~1990년대 대중문화에서 모던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다시 등장했다. 가구 디자인만으로도 공간에 세련됨을 더해주는 이 양식은 어쩌면 바쁜 현대인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테리어에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다면, 호불호가 갈리기도 어려운 심플함과 새로운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아르데코' 디자인 가구로 나만의 공간에 멋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