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테리어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리고 그 유행의 정도는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제각기 달라진다. 가구가 한두푼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인기를 오래 끌지 못한다면 오랜 수명을 기대하며 탄생시킨 가구라도 쉽게 잊혀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행은 돌고돈다는 것. 레트로를 넘어선 뉴트로가 대세가 되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가구 디자인이 새로운 유행의 선두가 되어오고 있다. 그중 오늘은 힙한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의자 제품들 중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절묘한 조화의 작품,
프리츠 한센 시리즈 7(FRITZ HANSEN SERIES 7™)

ⓒ FRITZ HANSEN
디자인으로는 크게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이미 우리 눈에 많이 익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형태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숫자 7을 닮은 등받이다. 이 덕에 이름도 세븐 체어가 되었다.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불린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m)이 디자인했으며, 덴마크 가구회사인 프리츠한센에서 역대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세운 의자임과 동시에 현대 가구 역사의 상징물이 되었다.

ⓒ FRITZ HANSEN
첫 인상은 깔끔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면 튼튼한 네 개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는 다리 형태만 변형한 제품들도 많지만, 형태를 바꾸어도 적절한 균형미와 안정감이 그대로 자리잡는다. 물론 시트와 등받이가 일체형인데다가 곡선형 등받이의 윤곽을 따라 팔걸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태까지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고 있다. 1955년 스웨덴의 H55 국제 디자인 전시에서 아르네 야콥센이 Ant 체어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여 이 제품을 선보였으며, 현재까지도 형태의 미와 편안함의 미를 동시에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단조로운 공간 속 부드러움 더하기
놀 튤립 체어(Knoll Tulip™ Chair)

ⓒ Knoll
"어, 이 의자 많이 봤는데?" 라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드는 제품이다. 사무실이나 호텔에서 봤을 법한 느낌이 들었다면, 당신은 가구를 제대로 이해했다. Knoll은 사무실 가구를 주로 제작하는 디자인회사이기 때문이다.
튤립 체어는 1956년,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제품임과 동시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체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여러 모로 영향력이 있는데, 실제로 형태부터 조형의 미를 자아낸다. 일반적으로 의자는 여러 개의 다리가 시트를 받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여러 개의 다리로부터 해방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단순하게 받침대 하나가 특징인 튤립 체어를 완성했다. 자칫 위태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안정감 있게 무게를 지탱하도록 만들기 위해 140kg의 압력을 수백 번 반복하는 실험 끝에 의자를 탄생시켰다.

ⓒ Knoll
단조로워 보여도 그 속에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몸체와 받침대는 각각 분리되어 만들어지지만 받침대를 의자 컬러의 페인트로 칠해 일체형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시트의 색으로 포인트를 주며 제품마다 다른 느낌을 자아낸 것도 특징이다. 에로 사리넨 특유의 우아한 느낌이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에 잘 스며들어 있기도 한 제품이며, 그에게는 국제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행운의 작품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현재도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능에 디자인은 덤?
아르텍 스툴 60 (Artek Stool 60)

ⓒ Artek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내 방을 꾸미는 일이라도 이제 막 관심이 생겼다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한 번 쯤은 분명 봤을 가구다. 어디서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이미 디자인적으로 유명하다는 공식처럼 성립된다.
1933년,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이 스툴은 역사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기능주의 가구 디자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단순함의 극을 달리는 듯한 디자인이라도, 나무 다리가 유연하게 구부러져 상판을 받치고 있다. 그는 1929년 당시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자작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사람이다. 이 덕에 스툴 60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게 무려 거의 100년 전 일이다. 근 100년 간 사랑을 받아온 탓에 지금도 여전히 핀란드 디자인의 상징으로 불린다.

ⓒ Artek
당시 나무만을 이용해 만들어졌던 이 제품은 나무의 유연함과 정교함이라는 디자인적인 요소에 실용성과 기능성까지 겸비했다. 보통 의자 다리를 생각하면 I자를 여러 개 붙여서 만들지만, 스툴 60은 L자로 구부려 다리가 받는 하중을 최소화시켰다. 이 때문에 제품의 수명이 길어지고, 스툴 위에 또 스툴, 그 위에 또 스툴처럼 여러 개를 쌓아도 끄떡 없어졌다. 약해 보여도 내구성이 좋고 공간 절약에도 장점이 되기에 기능주의 가구라는 이름이 붙을만하다. 거기에 북유럽만의 감성까지 덧붙여, 현재까지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 가구가 되었다.

ⓒ FRITZ HANSEN
SNS에는 수도 없이 힙하다고 불리는 카페가 생겨나고, 유명해진다. 언제부턴가 인테리어 가구, 용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도 그간의 내추럴한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 MCM 분위기로 나아가는 곳들이 종종 보인다. 색상의 조화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것을 안 소비자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가구를 들여 하나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상업적인 공간이라면 홍보에도 가속이 붙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사실 공간을 찾는 사람 중에서 가구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눈여겨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물론 당신도 그렇게 해왔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눈을 가졌으면 한다. '요즘 유행이다' 라고 하는 가구의 디자인은 요즘 스타일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지만, 사실은 오랜 세월을 버텨온 셀럽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말이다. 돌고 돌아온 유행 덕을 제대로 보고 있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의 표본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살아 숨쉬는 디자인이 많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테리어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리고 그 유행의 정도는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제각기 달라진다. 가구가 한두푼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인기를 오래 끌지 못한다면 오랜 수명을 기대하며 탄생시킨 가구라도 쉽게 잊혀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행은 돌고돈다는 것. 레트로를 넘어선 뉴트로가 대세가 되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가구 디자인이 새로운 유행의 선두가 되어오고 있다. 그중 오늘은 힙한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의자 제품들 중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절묘한 조화의 작품,
프리츠 한센 시리즈 7(FRITZ HANSEN SERIES 7™)
ⓒ FRITZ HANSEN
디자인으로는 크게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이미 우리 눈에 많이 익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형태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숫자 7을 닮은 등받이다. 이 덕에 이름도 세븐 체어가 되었다.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불린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m)이 디자인했으며, 덴마크 가구회사인 프리츠한센에서 역대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세운 의자임과 동시에 현대 가구 역사의 상징물이 되었다.
ⓒ FRITZ HANSEN
첫 인상은 깔끔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면 튼튼한 네 개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는 다리 형태만 변형한 제품들도 많지만, 형태를 바꾸어도 적절한 균형미와 안정감이 그대로 자리잡는다. 물론 시트와 등받이가 일체형인데다가 곡선형 등받이의 윤곽을 따라 팔걸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태까지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고 있다. 1955년 스웨덴의 H55 국제 디자인 전시에서 아르네 야콥센이 Ant 체어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여 이 제품을 선보였으며, 현재까지도 형태의 미와 편안함의 미를 동시에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단조로운 공간 속 부드러움 더하기
놀 튤립 체어(Knoll Tulip™ Chair)
ⓒ Knoll
"어, 이 의자 많이 봤는데?" 라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드는 제품이다. 사무실이나 호텔에서 봤을 법한 느낌이 들었다면, 당신은 가구를 제대로 이해했다. Knoll은 사무실 가구를 주로 제작하는 디자인회사이기 때문이다.
튤립 체어는 1956년,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제품임과 동시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체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여러 모로 영향력이 있는데, 실제로 형태부터 조형의 미를 자아낸다. 일반적으로 의자는 여러 개의 다리가 시트를 받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여러 개의 다리로부터 해방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단순하게 받침대 하나가 특징인 튤립 체어를 완성했다. 자칫 위태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안정감 있게 무게를 지탱하도록 만들기 위해 140kg의 압력을 수백 번 반복하는 실험 끝에 의자를 탄생시켰다.
ⓒ Knoll
단조로워 보여도 그 속에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몸체와 받침대는 각각 분리되어 만들어지지만 받침대를 의자 컬러의 페인트로 칠해 일체형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시트의 색으로 포인트를 주며 제품마다 다른 느낌을 자아낸 것도 특징이다. 에로 사리넨 특유의 우아한 느낌이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에 잘 스며들어 있기도 한 제품이며, 그에게는 국제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행운의 작품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현재도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능에 디자인은 덤?
아르텍 스툴 60 (Artek Stool 60)
ⓒ Artek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내 방을 꾸미는 일이라도 이제 막 관심이 생겼다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한 번 쯤은 분명 봤을 가구다. 어디서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이미 디자인적으로 유명하다는 공식처럼 성립된다.
1933년,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이 스툴은 역사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기능주의 가구 디자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단순함의 극을 달리는 듯한 디자인이라도, 나무 다리가 유연하게 구부러져 상판을 받치고 있다. 그는 1929년 당시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자작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사람이다. 이 덕에 스툴 60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게 무려 거의 100년 전 일이다. 근 100년 간 사랑을 받아온 탓에 지금도 여전히 핀란드 디자인의 상징으로 불린다.
ⓒ Artek
당시 나무만을 이용해 만들어졌던 이 제품은 나무의 유연함과 정교함이라는 디자인적인 요소에 실용성과 기능성까지 겸비했다. 보통 의자 다리를 생각하면 I자를 여러 개 붙여서 만들지만, 스툴 60은 L자로 구부려 다리가 받는 하중을 최소화시켰다. 이 때문에 제품의 수명이 길어지고, 스툴 위에 또 스툴, 그 위에 또 스툴처럼 여러 개를 쌓아도 끄떡 없어졌다. 약해 보여도 내구성이 좋고 공간 절약에도 장점이 되기에 기능주의 가구라는 이름이 붙을만하다. 거기에 북유럽만의 감성까지 덧붙여, 현재까지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 가구가 되었다.
ⓒ FRITZ HANSEN
SNS에는 수도 없이 힙하다고 불리는 카페가 생겨나고, 유명해진다. 언제부턴가 인테리어 가구, 용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도 그간의 내추럴한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 MCM 분위기로 나아가는 곳들이 종종 보인다. 색상의 조화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것을 안 소비자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가구를 들여 하나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상업적인 공간이라면 홍보에도 가속이 붙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사실 공간을 찾는 사람 중에서 가구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눈여겨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물론 당신도 그렇게 해왔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눈을 가졌으면 한다. '요즘 유행이다' 라고 하는 가구의 디자인은 요즘 스타일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지만, 사실은 오랜 세월을 버텨온 셀럽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말이다. 돌고 돌아온 유행 덕을 제대로 보고 있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의 표본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살아 숨쉬는 디자인이 많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